사격인들의 체전 출전으로 사격장이 텅 빈 사이, 사격장 벽면에 하얀 종이 한 장이 붙었다. 무기한 사격장 폐쇄라는 문구만으로 어떠한 사유도 설명되지 않았고 이해되는 것은 묵인된 채.

너무나 갑작스러운 발표에 모두는 아연실색하였다. 아무리 야반도주식의 졸속행정이 판을 친다해도 신성한 스포츠계에까지 이러한 관행이 행해졌다는데 대해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사격의 메카”인 태릉 국제 사격장. 88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러내며 온 국민의 가슴에 감동의 눈물을 자아냈던 생생한 현장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수많은 사격선수들의 노고와 땀이 배어 결실을 이뤄낸 이 현장이 문화재 복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해와 타협의 여지는 조금도 두지 않은 채, 무기한 폐쇄된다는 것은 수많은 사격인들과 더불어 현재의 역사까지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과거가 존재하여 현재가 존재하고, 현재가 있기에 “역사”라는 이름의 과거가 존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선조의 문화재 복원이 중요한 만큼 현재를 살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소중하다는 것을 상기해야한다. 어느 한쪽만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길을 택했어야 한다. 지금도 사격선수를 꿈꾸며 열심히 훈련하는 사격꿈나무들은 어디로 가야하며 스포츠정신을 실현하고 있는 수많은 사격인들은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인가.

폐쇄된 사격장의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며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천대받고 무시받기에 사격은 대중스포츠의 길에서 더 멀어지고 악순환이 거듭되기에 더더욱 알려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사격인들은 이번 일을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아 단결하여 이 사태를 수습하고 거듭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