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불법점유 방치하는 문화재청
계약어긴 민간단체에 태릉사격장 건물 사용권 주고 연장조치까지
김재곤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7.10.15 00:22
민간단체인 한국사격진흥회가 국유지인 태릉사격장에서 최근까지 국유지를 불법점유한 채 영업을 해오고 있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이 특별한 제재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의혹이 일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사격진흥회는 지난 2002년 9월, 건물을 취득하면 국가에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하고 사용권을 얻는 조건으로 태릉사격장 부지 안에 있는 사격장 건물들을 문화재청으로부터 26억1110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사격진흥회는 건물을 낙찰받은 직후인 지난 2002년 10월 건물을 담보로 15억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아 잔금을 치르는 데 사용했다. 국유재산법상 담보로 잡힌 재산은 국유재산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증여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건물 가압류나 고소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는 대신, 2002년 말에 국가에 증여해야 할 기한을 2003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해주고, 사용료를 내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후 사격진흥회는 개발제한구역인 태릉사격장 부지 내에서 이뤄질 수 없는 예식장과 수영장 영업 등을 하면서 건물을 국가에 주지 않았고, 건물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1월 1일부터는 사격진흥회의 건물사용권이 취소됐지만, 사격진흥회측은 이를 무시하고 불법 영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이 과태료를 부과하자 이 역시 제대로 내지 않아 지난달까지 과태료 등이 약 12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 같은 경위와 관련해 본지는 한국사격진흥회측의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국가에 증여해야 할 기한이 약 5년 지난 지난달 11일에야 사격진흥회가 사용 중인 건물과 땅을 2009년까지 문화재청에 기부하도록 하고, 기부가 완료되면 5년간 무상으로 건물을 다시 사용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 처음의 증여 약속을 어긴 상태에서 다시 시한을 연장해준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밀린 과태료 등을 회수하기 위해선 사격진흥회가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게 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사격진흥회는 2002년 1월에 결성됐으며, 대표이사인 김모씨는 태릉사격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호텔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