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연습을 하다가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서 몇자 적습니다.

2년 전쯤 태능스케이트장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플레카드 몇 개가 붙어 있었고 그 플레카드에는 문화재청의 요구에 의해 사격장이 철거 되며 그것을 반대한다는 시위용 플레카드가 붙어 있었다. 어렸을 때 이은철 선수처럼 돈만 생기면 사격장에 가서 볼트액션식 카빈을 쏘아대던 생각이 났다. 다시 사격 연습을 해볼까?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그런데 왜 많지도 않은 사격장을 폐쇄하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런 운동과 저런 운동의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자기투쟁과 자기단련의 성실함을 맛보았다. 작은 체구에 비해서 운동치가 아니라서 그런지 좋은 시선으로 봐주는 관중(시민)들덕에 운동장으로 가는 마음은 어느 때 보다 가벼웠고 운동을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새로운 에너지로 포맷 되는 것을 느끼며 어느 종교 보다 운동을 생활의 지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하고 싶었던 사격생각이 났다. 총을 잡는 것이 과도한 안보정국에서 자란 나와 같은 386세대들에겐 별로 낮설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세대는 어린 시절 항상 전쟁터를 생각하고 총을 잡는 것을 생각했으며 집밖에 나가면 아무리 작은 읍내라도 공기총 사격장에서 총을 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다. 다시 공기총 사격을 한다는 것은 그리웠던 옛날 추억으로의 회귀이며 이제 꺾어지기 시작하는 세대들에게는 노화를 방지 한다는 생활체육으로서의 간절한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총을 구입하기로 했다. 총기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런지 총기구입부터 쉽지가 않았다. 주변에 사격장이 많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것 저것 알아보고 한 두 개의 사격장에 의지해 총을 구입했다. 예전에 아이스스케이트를 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기백만원짜리 운동기구를 구입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신중을 기했다.

어렵게 찾아온 사격장..안보를 중요시 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가 씌여진 비석의 고풍스런 모습만큼이나 오래되고 개선되지 않은 시설에 놀라기도 했지만 몇몇 연습하는 학교선수들 빼고 찾아오는 이 없는 외진 곳의 쓸쓸한 사격장.그리고 그 안의 황량한 모습에 아뿔싸 싶었다. 게다가 객으로만 존재하며 조용하게 운동하고 가기로 계획을 하고 왔지만 위험한 기구를 다루는 운동이라서 그런지 일반인에게도 학생선수들과 비숫하게 폐쇄적으로 대하는 관리하시는 분의 모습에 올 때 마다 불안해 하며 총을 쏘다 급기야 사소한 일로 마찰이 있고 말았다. 서로 기분은 많이 안 좋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내내 생각해 왔던 나에게는 감정적인 문제 말고 다른 문제들이 눈에 밟혔다. 사대가 수십개나 되는 사격장에 왜 일반인은 나 혼자 사용하고 있는지. 도청소재지란 곳에서 왜 동호회 하나 없는지. 그래도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하는데 왜 사격인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나랑 만나는 사격인 몇분은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페쇄적으로 구축 할려고 하는지. 왜 없는 사격장도 폐쇄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지. 하는 생각들이 계속 의문으로 남았다.

과거 이념대립의 와중에서 적절히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 정치적인 문제를 골똘히 생각했던 적이 있다. 생각 끝에 얻은 결론은 정치란 국가적인 대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국가와 관련해서 어떤 것을 요구하고 얻어내는 부분에서도 정치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궁국적인 정책의 결정자는 요구를 결집시켜 투입시킨 시민들이며 체육계나 문화재 관련 분야나 법조계나 모든 부분들에서 우리의 요구를 결집시켜서 지키고 얻어내는 피드백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본 사격장의 문제들은 그런 요구들을 투입 시키기에는 많은 취약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엘리트선수들의 저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호회원들이나 일반인들이 진입하기가 어려운 장벽이 있어 여론 형성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계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정치인은 물고기고 백성은 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체육계도 이것의 축소판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물고기고 동호인들은 물이다. 선진국에서는 모든 체육종목이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체육활동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다수를 위한 다수의 공익성을 띈 체육으로 목표를 바꾸어 가고 있다. 메달을 따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통해서 국민의 사기를 고양 시키겠다는 발상은 국민들의 의식이 어느 정도 상향된 나라에서는 공허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치과의사가 올림픽에 나가서 매달도 따고 자동차 수리공이 자비로 장비를 구입하고 연습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그런 체육이 성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좀 더 열려 있고 운동장이 스트레스 받는 장소가 아닌 생활에 지쳐 비뚤어져 가는 인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건전하고 밝은 곳으로 누구에게나 친밀하게 인식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죽을 때 까지 총연습을 하겠지만 총을 잡으시는 분들 그리고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 모두가 힘써서 열린 장소로 만들어야 모든 분들의 위상과 명예가 지켜지고 개선된다는 생각이다.

몇 글자 적었습니다. 파이팅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