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경우와 총구에너지(muzzle energy)

지난 2015년 봄에 있었던 엽총 살인사건 때문에 경기용 공기총을 모두 경찰서 또는 사격장에 영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범행에 사용되었던 총기와 경기용 공기총의 파괴력을 비교해 볼 때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는 “총구에너지”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공기총은 18세 이상의 성인이 “면허 없이” 소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총구에너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총구 에너지란 총구에서 측정한 탄환의 운동에너지를 뜻합니다. 일정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그 물체가 정지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의 양인데, 그것은 그 물체를 정지 상태에서 그 속도까지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일의 양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총구에너지는 발사된 탄환이 정지하기까지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일의 양인 동시에 약실에 정지 상태로 있는 탄환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일의 양이기도 합니다. 공기총의 경우 그 일은 압축공기가 하고, 화약총의 경우는 탄피에 들어 있는 장약이 합니다. 총알이 하는 일은 날아가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이므로 총구 에너지는 총의 파괴력 또는 위력과 같습니다.

총구 에너지는 총을 계속 발사할 때 총알 한 발이 가진 운동에너지이므로,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 일 초마다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표시한 마력에 해당하고, 가전제품으로 치면 한 시간에 소비하는 전력량을 나타내는 와트에 해당하겠습니다. 총구에너지는 보통 J(Joule, 줄)로 나타냅니다. 1J은 지상에 놓여 있는 1Kg의 물체를 10cm 정도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일의 양입니다. 경기용 공기권총과 소총의 총구 에너지는 각각 5J, 7.5J 정도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총구에너지의 기준은 독일에서 7.5J, 영국에서 8.1J(공기권총), 16.2J(공기소총), 프랑스에서는 공기소총의 경우 20J입니다. 영문 Wikipedia에서 검색한 결과이며, 프랑스의 공기권총에 대한 제한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 세 나라에서는 18세 이상이면 경기용 공기총을 소지하는 데 “면허조차 필요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경기용 공기권총과 소총이 아닌 다른 총들의 총구에너지 즉 파괴력을 알아보겠습니다. 영문 Wikipedia에서 검색한 결과입니다. 단위는 J입니다. 파괴력은 평균값 또는 가장 작은 값입니다.


종류
구경
파괴력
비고
스프링 방식 공기총
4.5 mm
20
사냥용입니다.
스프링 방식 공기총
5.5 mm
30
사냥용입니다.
압축공기 방식 공기총
5.5 mm
40
사냥용입니다.
권총
0.22 inch LR.
141
22구경 경기용 화약총 실탄입니다.
권총
.32 S&W
156
25m 센터파이어 실탄입니다.
권총
.38 special
212
25m 센터파이어 실탄입니다.
권총
9 mm
519
경찰 및 군용 권총입니다.
권총
.45 ACP
564
예전의 45구경 군용 권총입니다.
소총
5.56 × 45 mm
1,796
가장 널리 쓰이는 군용 소총입니다.
소총
7.62 × 39mm
2,070
기관총 또는 저격용 총입니다.
소총
7.62 × 51 mm
3,799
기관총 또는 저격용 총입니다.
소총
.50 BMG
6,634
중기관총 또는 저격용 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용되는 엽총은 화약총의 경우 1700J에서 2000J 사이에 있고 공기총은 60J 정도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렵용 공기총은 특히 파괴력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줄을 이용한 새총에 관련된 것인데, 지름 8mm 쇠구슬을 초속 100m로 날리는 것이 썩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파괴력을 계산해 보면 10J을 조금 넘습니다. 경기용 공기권총의 2배, 소총의 1.3배가 넘습니다. 고무줄 새총으로 135J이 세계기록이라고 합니다. 22구경 화약총 수준입니다. 고무줄 새총이 그렇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고층건물에서 물건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1J은 1Kg의 물체를 10cm 정도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일의 양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것은 10cm 높이에 있는 1Kg의 물체가 떨어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의 양입니다. 1700J은 170m 높이에서 1Kg의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의 파괴력이고, 60J은 6m 높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말씀드렸던 두건의 살인사건은 (파괴력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170m 높이에서 1Kg짜리 물체를 사람에게 떨어뜨려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경기용 공기권총과 소총은 각각 50cm, 75cm에 해당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경기용 공기총에 다른 총기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경기용 공기권총과 소총의 파괴력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7년 6월 9일

김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