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체들이 사격장을 개방하지 않는 데는 민선지자체장들과 공무원들의 몸사림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물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역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강변하면 딱히 이를 반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금에 보여주는 지자체들의 행태를 보면 대회를 수용했다가 혹여 확진자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두고 머리 아플 수 있으니 아예 불허하자는 논리도 느껴진다.

그러나 일부 사격장들은 현재도 주민등록상 사격장소재지가 속한 도내에 거주하는 선수들에게만 사격장 이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고,

사격장을 이용하는 도내 주소지 선수들이 실제 주민등록지에 거주하는지,

타시도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음에도 말이다.

한마디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주먹구구식이고 이기적인 운영방식이다.

전 세계의 의료전문가나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완전종식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기정사실화로 전제하고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은 지자체들의 대응방식이나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는 종말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감기나 독감처럼 코로나19가 늘 우리의 삶속에 공존해야 한다면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물론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은 중요한 선제적 과제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가 곧 코로나19의 완전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감기처럼 인간과 공존해야 할 것이고 독감처럼 수많은 변종도 생겨나 여전히 인간을 위협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체육계가 지금처럼 지자체의 이기적 판단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전국에 몇 개 안되는 전용사격장을 사용해야만 하는 사격은 더더욱 그렇다.

대한사격연맹이 지자체의 논리를 반박하고 대회개최 수용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대책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아직 없다면 이를 만들기 위한 전담 대책위 구성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자체의 대회개최불허 사유 중 가장 큰 사유는,

대회참가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드는 선수, 임원, 가족 등에 대한 방역의 어려움 때문이다.

만약 사격장이 소재하는 관할시도 거주자만으로 대회를 치른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지자체들은 타시도에서 유입되는 인원 수에 민감하다.

특히 경기에 참여하는 인원 수와 그들에 대한 자체적인 통제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이미 허용되고 있는 일부 종목별 무관중 대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야구의 예를 보자.

잠실, 문학, 창원, 대구, 광주 등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지자체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연히 이들 지역은 사격장처럼 야구전용 경기장을 갖춘 곳이다.

야구전용 경기장을 갖춘 지역에서 통상 두 개의 팀이 시즌 중 매일 무관중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팀들이 지역을 옮겨가며 순환경기까지 치른다.

지금 시국에 무관중 경기라도 개최하고 있는 단체(협회)가 진정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해당지역 지자체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우선 무관중 대회를 진행할 때 인적규모부터 살펴보자.

선수들만 참가한다면 모를까 의외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대회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다.

대회에 출전하는 양팀의 선수들과 교체후보선수들, 2군 선수들, 감독과 코치 및 보조인력, 치어리더들. 그리고 심판진, 방송사인력 등을 보면 대회당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기장에 모인다. 여기에 청소, 경비 및 안전요원 등의 인력까지 합치면 100명을 뛰어넘는 규모가 된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도 마찬가지의 규모로 무관중대회가 치러진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율적 통제능력이다.

대회를 허용하는 지자체는 이들이 프로팀이기에 팀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엄격한 규율을 정하고 자율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혹자는 야구와 축구는 인기종목이라 정부와 지자체들이 위험부담이 있어도 대회개최를 허용하는 것이고 사격은 비인기종목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의 차별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에 강력하게 항의라도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한 체육계에서 사격종목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는 힘들다.

잠깐 얘기의 방향이 엇나갔다.

되돌아 와서.

연맹이 구상하고 있는 종전의 대회운영방식 하에서는 인적규모가 결코 줄어들 수 없고 지자체의 대회수용 의사를 좀처럼 받아내기도 힘들 것이다.

결국 해답은,

대회기간을 다소 늘리더라도 종목별로 공식훈련일시와 대회일시를 분산하여 사격장에서 수용하는 일일 인적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이플 경기 종료 2일 후 권총, 권총 종료 2일 후 클레이.

이런 방식으로 분리해 경기를 하거나 라이플, 권총은 A사격장에서 하고 클레이는 B사격장에서 하는 등 지역을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당연히 갤러리나 보호자의 참관을 일체 불허하는 무관중경기여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사격연맹이 엄격한 코로나19 관련규정과 수칙을 마련하고 모든 선수와 감독, 코치 등 참가자 전원에게 각서를 받은 후, 위반시 대회 중이라도 즉각 해당 대회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강력한 제제조치도 필요하겠다.

야구나 축구 못지않게 2중 3중의 철저한 자체방역시스템과 규칙을 수립한 후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이 대회개최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학부모와 지도자분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미래가 걸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진학이 코앞에 닥친 학생들과 재계약 문제가 걸린 실업팀, 체육회소속팀들을 위한 대회는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차기년도부터 메이저급 대회에 참가하려는 선수(학생, 실업팀 및 시도체육회소속은 제외)들은 전국체전 출전자격을 얻듯이 지역 예선전(예를 들어 생체대회를 활용한다거나 지역연맹의 자체선발전 등)을 거쳐 일정 점수, 또는 순위를 자격조건으로 제한하는 것도 메이저대회 참가인원을 줄이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굳이 모든 종목 경기를 한 지역에서 단기간에 개최하기보다는 종목별로 분산해 개최지를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은 연맹의 피나는 대회개최 노력과 수고를 폄훼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감사와 힘찬 응원을 보낸다. 

다만 지자체를 설득하는 방법이 지금보다는 좀 다른 방법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푸념(독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