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입바른 소리 해봐야 찍히기만 하니 나서지 말고 참아라.”는.......

요즘 체육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에는 이런 입막음의 답습이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싶다.

누구나 칭찬은 듣기 좋아도 잘못에 대한 지적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갑지 않아 하는 것을 넘어, 쥐고 있는 권한을 악용해 앙갚음까지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할 패악이다.

이미 이런 패악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지금 이 글을 써내려가면서 “미운털 한 번 더 박히자”는 각오를 해야 하는 현실이 우습고 자괴감까지 든다.

난 오늘 국내 몇 안 되는 종합사격장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과 관리주체인 지자체에 쓴소리 좀 하려고 한다.

오는 26일부터 잠실, 문학, 창원, 대구, 광주 야구경기장에 관중입장을 허용한다고 한다. 경기장 정원의 10% 이내로 한다니 대략 경기장별로 2~4천 명.

축구와 골프도 마찬가지로 관중입장을 허용한다고 한다.

실외스포츠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정부의 판단과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QR코드 등과 같은 전자출입명부가 도입되어 감염관리도 어느 정도 담보되니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사격장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과 관리주체인 지자체에 야외시설인 클레이사격장에 대해 묻는다.

■ 첫째. 종합사격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해서 사격장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창원시에 먼저 묻는다.

야구장도 야외공공시설이고 시즌 중 거의 매일 경기가 치러진다. 경기를 치르는 팀 중 지역팀을 제외한 모든 팀과 부속 인원들 모두 타지역에서 들어오는 외부인들이고 두 팀을 합치면 100명이 넘는 규모(선수들과 교체후보선수들, 2군 선수들, 감독과 코치 및 보조인력, 치어리더들. 그리고 심판진, 방송사인력 등)다.

1. 그럼에도 같은 야외공공시설인 클레이사격장에는 타지역 선수들(전국 실업팀, 체육회소속, 학생들 다 합쳐도 50명도 안되고 이들이 일시에 다 전지훈련을 갈 수도 없다)의 이용을 막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2. 정부의 결정대로 야구장에 관중입장을 허용한다면 사격장과 마찬가지로 경남, 부산, 울산 거주자만 입장을 허용할 것인가?

3. 지역에 상관없이 선착순 매표로 입장을 허용할 것인가?

이미 1항의 조치는 현재 야구장 운영을 보면 억지행정임이 명백하다.

또한 2항을 적용할 것이라면 창원공화국으로 대한민국에서 독립하는 것이 맞고.

3항이라면 1항과 마찬가지로 형평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조치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클레이사격장을 전국의 모든 선수들에게 개방할 수 없다면 야구장도 폐쇄하라. 그 것이 공정이다!

■ 둘째. 앞으로 창원시나 임실군처럼 사격장 이용을 제한하려는 지자체와 위탁운영단체에 말한다.

모든 공무/행정은 원칙을 준수하고 보편성, 타당성, 공정성, 합리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한 행정은 속된말로 ‘욕먹어도 싸다.’

미래가 걸린 학생선수들, 실업팀과 계약선수들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다.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 사태 하에서는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한다.

식당출입은 물론 대인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조차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다못해 이발조차도 맘대로 못하고 지낸다. 스스로 거의 자가격리 수준으로 생활한다.

창원, 임실처럼 체온측정만으로 관내선수들의 출입을 허용할 것이라면 관외지역 선수들도 체온측정을 통과하면 훈련이 가능하게 개방해야 한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17개 자치단체(시도)가 철조망으로 경계를 세우고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관내거주 선수라고 해도 관내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그것을 증빙/담보할 수단이 없다면 그들도 이용을 못하게 해야 사격장이용제한 취지에 부합한다.

제발 대구광역시처럼 올바른 행정을 펼치라.

공공시설, 특히 전국에 몇 안되는 종합사격장을 보유한 지자체는 이기적 행정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모든 선수들의 공익에 충실해야 한다.

공공시설은 공익시설이다.

어느 특정지역민이나 특정단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 아니다.

무엇이 공공시설이고, 무엇이 선수들을 위하는 것인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모른다면 대구국제사격장의 운영방식을 본받기 바란다.

철저한 방역관리대책과 지침을 세우고 엄격한 운영을 통해 현재와 미래가 오로지 사격인 학생선수들과 계약선수들의 훈련과 대회는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

다른 사유(생계든 여행이든)로 사격장이 있는 지자체를 방문하는 관외 거주 사람들과 관외지역을 드나드는 관내 거주인들. 사격장에 훈련을 위해 찾아가는 관외 거주 선수들 중 어느 쪽이 수가 더 많을까 스스로의 양심에 물어보라.

잘 모르겠으면 지자체로 드나드는 통로(모든 도로, 철도 등)에 조사원들 보내서 하루에 어느정도의 인구가 외부에서 들어오는지, 또 관내 거주자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외부로 드나드는지 통계를 내보라.

타지역과의 경계에 10m 높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외지인 유입을 철저하게 막을 거라면 몰라도 외지 사격선수들부터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으로 사격장 운영을 할 것이라면 어디 가서 공무원이라고, 체육인이라고, 공공시설이라고 말하지 말라!

다른 외부유입인구는 대책없이 방치하고 개방하는 지자체가 '코로나19로부터 지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니 사격장 이용을 제한한다'고 하는 것이 너무 웃기지 않나?

외지인 유입을 막는 것이 방역이라 믿는다면, 그것이 공무적 소신이라면 당장 지자체 경계에 철조망 설치하고 드나드는 인구 다 막아라!

공정과 형평성을 잃은 행정은 갑질이다!

훈련을 할 수 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전국에 몇 안되는 사격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외지 선수들에게 갑질하지 말라!

이 글을 읽고 화가 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글쓴이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화가 나게 행동한 자신들의 판단을 탓하라!

한 개의 사격장이 문을 닫거나 제한조치에 들어가면 사격장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선수들이 몽땅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작금의 현실.

설령, 천신만고 끝에 특정지역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해도 지자체와 사격장들의 이기적인 운영으로 피해를 보는 선수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격장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죄(?)로 훈련조차 제대로 못한 선수들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질 거다.